기획과자료

진보신당 연대회의 강령 - 전문(前文)

읽점 2010. 5. 25. 19:07

진보신당 연대회의 강령 
- 2009년 정기당대회 2차 회의(3. 29.)에서 채택


전문(前文)
1. 참된 자유와 만남이 실현된 나라를 향해 현실국가를 끊임없이 지양하는 활동이 정치이다.
아무에게도 예속되지 않고 스스로 자기를 형성할 때, 나는 자유이다. 하지만 나는 오직 너와 만나 우리가 될 때에만 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삶의 진리는 만남이요, 자유는 본질에서 사회적이다. 나의 자유는 그 만남의 공동체가 확장되는 만큼 넓어지고, 그 만남의 온전함만큼만 온전할 수 있다. 이처럼 자유로운 삶을 위해, 너와 내가 평등하게 만나 서로 주체로서 우리가 되고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활동이 바로 정치이다.
사람들의 수많은 만남이 정해진 범위와 형식 속에서 하나의 전체를 이룬 것이 나라이다. 그리고 나라가 역사 속에서 사회적 실체로서 실현된 것이 국가이다. 이처럼 국가는 나라의 현상인 한에서 언제나 불완전하고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존하는 국가는 참된 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부정되고 지양되어야 한다. 
국가는 그 형식에서 모든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모든 시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그 실질에서, 국가는 모든 시민을 위한 사회공화국으로서 평등과 평화, 공공성과 사회연대에 기반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는 만남의 최종적 전체가 아니므로, 더 큰 전체인 인류공동체를 향해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의 참된 만남을 위해 생명의 터전인 자연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2. 오직 자본주의를 극복함으로써만 인간의 자유와 참된 만남의 공동체가 가능하다.
우리가 나의 자유를 너와의 만남에서 찾지 못할 때, 자유의 주체는 고립된 개인이 되고 객체는 사물이 되며, 둘의 관계는 강제와 폭력이 된다. 사람이 그렇게 홀로 자유의 주체가 되려 할 때, 다른 이를 평등한 주체가 아니라 지배와 착취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사물의 욕망에 눈멀어 남을 도구화하는 자는 결국 자기도 사물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자본주의 아래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자본의 노예이다. 자본이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노동자는 오직 노동력을 파는 것 외에 다른 생존수단이 없는 사회에서 노동은 자본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끊임없는 이윤추구를 통해 자기증식을 추구하는 자본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상품화하고, 자연조차 수탈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므로 자본의 지배와 참된 만남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자본의 지배가 전면화할수록 자유, 평등, 연대의 이상은 질식하고, 국가는 착취와 침략의 도구가 된다. 오늘날 진화를 거듭한 자본주의는 모든 노동과 생산관계는 물론 인간의 삶 전체를 금융이라는 유령의 제물로 만들어버린다. 이런 신자유주의의 세계에서 맹목적 경쟁원리는 치명적 내분을 부르고, 자본은 암세포가 숙주를 파괴하고 자기도 소멸하듯 총체적 파국을 향해 질주한다.
우리는 이 위기를 오직 자본의 지배 자체를 극복함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다. 인류가 이 문제를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개척 또는 군사력으로 해결하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앞에 기다리는 것은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전쟁과 죽음밖에 없다.
3. 사회연대와 공공성 대신 경쟁의 원리만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는 지옥이다.
시대의 위기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가 대응할 때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유된 이상에 따라 사회공화국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미완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혈연적 유대를 지양하고 보편적 이념에 따라 자유로이 결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부장적 족보는 신성시되어도, 아무런 공동의 이상도 없는 이 땅에서 국가는 모두를 위한 나라가 아니라 특정 집단에 의해 도구적으로 장악된 권력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날 식민통치와 남북분단 그리고 전쟁의 비극이 모두 그런 공화국을 건설하지 못한 것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 국가는 자본증식의 도구가 되고, 권력은 독재로 기울며 인간의 자유와 기본권은 억압된다. 그에 저항하고 비판하는 민중을 국가가 적으로 삼아 공격할 때 나라는 내부적 전쟁 상태에 떨어지고, 민중의 지지 대신 외세에 기대어 권력을 유지하려 할 때 나라는 외부적 식민 상태로 전락한다. 
연대와 공공성의 원리는 사라지고 경쟁 원리만이 지배하는 곳에서 사회는 양극화되고, 약자는 착취와 수탈의 대상이 되며, 소수자는 박해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도처에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빈민들은 생존의 공간에서 쫓겨나며,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 만남과 형성의 기쁨 대신 낙오의 공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민중은 서로 연대하지 못하고 무한경쟁의 지옥에서 자본의 먹이로 전락한다.
4. 우리는 인류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온 다양한 진보 운동들을 계승한다.
시대가 아무리 절망의 나락에 빠져도, 역사에서 자유는 더욱 성숙해왔고 만남은 확장되어왔다. 근대 시민혁명이 자유와 인권의 이념을 보편화시킨 이래, 사회주의 혁명이나 사회민주주의 개혁운동 등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 뒤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은 제1세계 국가들에 의해 억압받는 민족들을 해방시켰으며, 그 바탕 위에서 세계시민적 국제주의는 편협한 민족국가의 경계를 넘어 보편적인 인류 공동체의 건설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의 역사는 인간 해방의 외적 확대였을 뿐만 아니라, 내적 성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성주의 운동은 성과와 권력만으로 규정되는 가부장적 세계에서 성평등과 함께 보살핌의 가치를 가르쳐주었으며, 모든 종류의 소수자 운동은 획일성의 폭력에 저항하고 차이와 다양성의 가치를 깨우쳐주었다. 또 평화주의 운동은 아무리 선한 싸움이라도 싸움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것의 어리석음을 교정해주었으며, 생명사상과 생태주의 운동은 진보운동을 편협한 인간중심주의에서 해방시켜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를 가르쳐주었다. 
우리의 과제는 이 모든 진보적 운동의 역사에서 좋은 것을 배우고, 과오를 교정하며, 한계를 극복하면서 인류 진보의 역사를 이어나가는 일이다. 우리는 차별에 저항하고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러나 자기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일 수 없으며, 권리나 투쟁만으로는 결코 참된 만남의 공동체에 이를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진보 운동은 자기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 및 뭇 생명과의 참된 만남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5. 우리는 한국 역사 속에 이어져온 항쟁의 전통 위에 국가 전체를 다시 세워야 한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민중은 왕조 시대부터 식민지 시대를 거쳐 독재 시대를 살아오면서 치열한 항쟁을 통해 스스로를 해방시켜왔다. 동학농민전쟁과 3.1운동은 물론 해방 공간에서 통일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각지에서 일어난 민중들의 투쟁 그리고 4.19혁명과 부마항쟁, 5.18 광주항쟁 및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 그리고 2008년 촛불항쟁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근현대사는 밖으로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고 안으로는 국가폭력에 맞서 줄기차게 싸워온 역사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독재의 사슬을 끊어내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으며, 우리가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임을 안팎에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노동자, 농민운동 그리고 기층 민중운동은 경제적 평등과 사회적 공공성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여러 시민운동 및 소수자운동은 인권의 지평을 넓히고 생태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문화적 다양성을 북돋웠다. 
그러나 6월항쟁 이래 한 시대가 지난 지금, 그 모든 진보적 성과가 자본의 폭력 앞에서 전면적으로 사라져버릴 위험에 처해 있다. 민중의 피맺힌 항쟁으로 얻어낸 민주주의는 인간의 자유가 아니라 자본의 통제받지 않는 착취의 자유로 전도되었다. 고삐 풀린 자본은 입법, 사법, 행정 그리고 언론, 교육, 문화예술 가릴 것 없이 온 사회를 총체적으로 장악하여 국가를 한갓 수탈기구로 만들었다. 인간을 착취와 억압에서 구하고 생명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새로 세우는 것이 절박한 과제이다.
6. 우리는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정신 위에 통일된 나라를 세움으로써 참된 만남의 공동체를 실현해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진보적 상상력과 그것을 실현할 추동력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나라는 모든 종류의 불평등과 차별, 그리고 폭력을 지양하고, 평등과 생태, 평화와 연대의 정신에 바탕을 둔다. 
그 나라에서 모든 차별은 철폐되고, 인간의 모든 허약함이 보살펴지며, 모든 차이는 다양성으로 존중받을 것이다. 노동은 자기를 실현하고 남을 섬기는 활동이 될 것이며, 재화는 골고루 분배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들이 숭상될 것이다. 기업은 개인의 사적 이익추구가 아니라 인간의 자기실현과 공공적 이익을 위해 존재할 것이며, 학문과 기술은 자연을 단지 이용하고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진보할 것이다. 학교와 교육은 인간을 도구적으로 훈육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인간성의 실현을 위한 기관이 될 것이며, 언론은 자본과 권력의 나팔수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공공적 이성과 집단적 지성이 표현되고 실현되는 기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나라 안으로는 인간과 자연, 도시와 농촌, 지역과 지역이 상생의 길로 들어설 것이며, 밖으로는 편협한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대신 세계시민적 열정으로 인류공동체에 봉사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런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민중이 정치권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는 민중의 자기지배가 아니라 자본의 국가지배를 위한 제도로 전락했다.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중의 뜻을 온전히 대표할 수 있도록 대의제를 지속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좁은 의미의 정치적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노동현장과 생활현장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 한다. 또 주요 생산수단은 사회적으로 소유되어야 하며, 경쟁 원리 대신 공공성과 연대의 원리에 따라 시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이런 이상을 따라 우리는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롭고 통일된 나라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평화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통일은 낡은 국가주의와 맹목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더 크고 강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남과 북의 국가기구를 지양하고 근대적 민족국가의 틀을 넘어서서, 나라 안팎의 모든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참여하여 만들어나가야 할 자유로운 만남의 공동체가 바로 미래의 통일된 나라인 것이다.
7. 지난 진보정당운동의 성찰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다양한 진보운동들을 정당정치와 결합시키는 것이 진보신당이 떠맡아야 할 과제다.
한 사회가 정체되고 퇴행하지 않으려면 이런 나라를 지향하는 진보적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하며, 그 정신을 진보적 정당이 정치의 영역에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진보적 정당들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가부장적 질서와 생태파괴 문명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왔다. 그 역사에서 한계와 오류도 있었으나,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여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나가려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정부가 수립된 이래 한 번도 보편적 이념에 입각한 진보 정당이 대중과 사회 속에 온전히 뿌리 내린 적이 없었다. 수많은 진보 운동이 있었으나 그것은 정당정치와 결합하지 못했다. 1987년 이후 독자적인 진보정당의 건설을 위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편으로 보수정치에 대한 의존으로 인해, 다른 한편 진보정당 내부의 패권주의와 외부에 의존하는 몰주체성 때문에 참된 진보 정당을 건설하는 데 실패했다. 또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여 이념과 노선을 혁신하지 못했고 민중을 정치의 주인으로 세우지도 못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 사회의 진보적 열정은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한다. 
그 결과 정치는 지역 간의 패권다툼이나 내용 없는 권력투쟁으로 전락하고 민중은 냉소 가운데 정치에 등을 돌리는 악순환이 계속되어왔다. 오늘 이 땅에서 진보적 정치 운동의 가장 절박한 과제는 다양한 진보운동의 열정을 정당정치와 결합시켜 새로운 사회, 모두를 위한 나라를 형성하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바로 이 과제를 떠맡아야 한다.
8. 진보신당은 노동자 · 서민의 정당이자 여성 · 소수자의 정당이고 녹색정당으로서, 자기 속에서 새로운 나라의 가능성을 먼저 보여줄 것이다.
시대의 위기에 맞서 국내외 모든 진보 운동의 역사를 계승하는 진보신당은 자본주의와 국가폭력 또는 가부장적 사회질서는 물론 인간을 차별하고 억압하며 도구화하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다. 진보신당은 거대 자본의 착취로부터 자기를 해방시키기 위해 싸우는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모든 서민과 빈민의 정당이며, 가부장적 질서에 맞서 싸우는 여성의 정당이고, 모든 사회적 차별 및 편견에 저항하는 장애인, 성소수자 및 이주민 등 다양한 소수자의 정당이다. 또한 진보신당은 입시경쟁과 학벌사회에 저항하는 학생과 청년의 정당이며, 모든 사람들을 억압과 차별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싸우는 지식인과 시민들의 정당이다. 그리고 진보신당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기 위한 녹색정당이다.
참된 정치는 민중의 이름을 내세워 자기의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비워 서로 모시는 일이다. 진보신당은 그렇게 모든 사람이 서로 모시고 사는 나라를 여는 공동체이다. 새로운 나라의 가능성을 자기 속에서 먼저 보여줄 수 있을 때만, 진보신당은 그런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견인차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로 우리의 정당 자체를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개방적인 만남의 공동체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제 소수만의 정치와 증오의 정치, 획일적 동일성의 정치와 담합과 배제의 정치 그리고 맹목적인 권력추구의 정치를 거부한다. 도리어 우리는 안으로는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초대하고, 자기를 주장하기 전에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차이를 반목의 구실이 아니라 풍요한 다양성의 씨앗으로 승화시키고, 밖으로는 나라 안팎의 모든 진보적 정당 및 시민 사회 단체들과 언제나 개방적으로 연대해나갈 것이다.
바로 여기가 새로운 나라의 터전이요, 그대가 이곳에 뿌리내릴 씨앗이다. 오라, 벗이여! 인간을 고통에서 구하고 시대를 위기에서 건지며, 우리 모두 긍지 높은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 좌절과 절망을 떨치고 일어나 다시 우리를 부르는 역사를 향해 달려 나가자!

                                                                                                                                                                                                                                       

김상봉 교수님이 쓰셨다는 진보신당 당강령 전문이다.
강연에서도 자유, 서로주체, 만남 등을 강조하셨는데
 저 짧은 글을 쓰면서 '만남'이라는 단어가 스무번 넘게 들어갔더라고 하셔서 찾아 읽어보았다.
우와.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