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리는
고린도교회에 보낸 바울의 편지
읽점
2010. 6. 29. 10:24
고전 4:9-13 (MSG)
내가 보기에, 하나님께서는 메시지를 전하는 우리를 아무도 표를 사려고 하지 않는 극장의 무대에 올려놓으신 것 같습니다. 교통사고 현장을 구경하듯이, 모든 사람이 우리를 둘러서서 빤히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메시아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있을지 모르나, 우리는 약함과 불확실성 한가운데서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남들에게 좋은 평판을 받을지 모르나, 우리는 대부분 빙 둘러싸인 채 발길질을 당합니다. 우리는 식사할 시간도 넉넉지 않고, 누더기 옷을 입고, 문전박대를 당하고, 어디에서든 허드렛일을 얻어 근근이 생계를 꾸려갑니다. 남들이 우리를 욕해도, 우리는 그들을 축복합니다. 남들이 우리를 두고 터무니없는 말을 해도, 우리는 그들에 대해 좋게 말합니다. 우리는 부엌에 버려진 감자 껍질처럼, 이 문화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습니다. 앞으로도 그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고린도 교회에 바울이 보낸 편지의 일부다.
고린도, 즉 코린트는 부유한 국제 도시였다.
고린도 교회 안에도 고린도인들의 특성이 자연스레 흘러들어왔고, 그들은 파당을 짓고 서로 잘났다고 자랑하고 경쟁하고 시기했다. 민족, 계급, 지역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는 누구 라인이냐,까지 따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바울이 편지를 쓰면서 복음전도자 혹은 사역자인 자신들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고린도 지역에서 바울이 뭔가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고린도 지역에서 특히 더 어려웠던 것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늘상 저런 상황과 감정이라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할 순 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고린도가 되었든 아니면 로마 지배의 다른 어느 도시, 어느 지역이 되었든, 심지어 팔레스틴 지역이 되었든 바울 무리는 이미 '메시아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미 다른 세계, 다른 환경에 적응해 버렸고, 이 땅의 문화를 거스르는 반문화의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불쾌한 주목을 받고, 모욕과 무시를 당하는 것이 분명 즐거운 일은 아니며, 늘 바쁘고, 잘 먹을 형편도 못 되고, 옷도 허름하고, 생계를 위해 허드렛일을 해야 하지만, 이 땅의 문화에 다시 적응할 수는 없게 되어버린, 다른 세계의 문화에 매료되어 적응해버린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 문화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습니다.'라는 충격적이지만 씁쓸한 현실. 우리는 부모님과 친구와 사회로부터 잉여인간이요, 영양가 없는 일에 진빼는 한심스런 인간으로 비춰지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따라붙는 더 충격적인 멘트. '앞으로도 그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과연 바울은, 혜안을 지녔군.
그러나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고린도 교인들을 책망하고 푸념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이러한 삶에 대해, 바울은 자신이 있는 것 같다.
그래, 우리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산다. 왜냐구? 메시아 때문이지. 우리는 약함과 불확실성 한가운데서 살아가. 힘들고 궁상스럽고 쉽지 않은 삶이지만, 우리를 무시하고 욕하고 모함해도 우리는 그들에게 좋은 말과 축복을 되돌려주지. 이게 메시아의 세계에 적응해버린 사람들의 삶이야. 그러니 너희도 정신 차리고, 강함과 확실성에 너무 매달리지 마. 우리의 이 삶이 훨씬 더 좋으니까.
기독교단체의 간사들, 흔히 사역자들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후원액을 어떻게 목표치의 70%선까지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도 심각한 수준이긴 하지만.
그들은 개인 시간이 없이 너무 바쁘고, 좋은 옷을 입거나 좋은 집을 살 형편도 못 되고, 사역대상들은 점점 다루기 어려워지고, 결국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러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라구? 너무한다.
그보다 먼저, 내가 그 삶에 자신이 있는지를 묻게 된다. 메시아 때문에, 약함과 불확실성 한가운데서, 냉대과 궁핍도 기꺼이 감내할 만큼, 그 세계에 적응해버렸는가.
그리고, 내가 과연 복음을 위해 이 삶을 살고 있는가. '사역자'다운 사역자인가.
하지만 바울도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지역에서는, 좋은 집과 환경을 제공받으며 말씀 전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었지!
음. 이런 환경이든 저런 환경이든, 자족하는 비결. 메시아 때문이다.
후후후. 후원자를 개발하는 것도 나쁠 게 없구나.
하지만 그게 주사역이 되어선 안 된다. ㅠ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