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읽으며-

생애의 발견 _김찬호

읽점 2011. 9. 8. 15:19

생애의 발견
_김찬호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11. 3. 2~3 읽고서 줄친 부분들을 옮김.






머리말 : 우리의 인생에 삶이 없다

경험을 이야기로 빚어내고 그 의미가 타인에게 공명될 때, 인생은 '살맛'이 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다. 그 바탕화면에 떠오르는 삶의 흔적들을 건져 올려 자아의 빛깔로 아로새길 수 있는 언어가 있어야 한다. (8)

서로의 삶을 가치 있게 격상시켜 주는 이야기들로 우리는 풍요로워질 수 있다. (9)

다른 삶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 자기 삶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향후 생애경로를 폭넓게 구상할 수 있다. (9) 

1장 성장과 자립

유년, 마음껏 뒹굴고 싶다
- 다시 우량아 선발대회를?
 - 놀이가 사라진 유년
- 어른의 질서, 아이의 무질서
- 신체의 격을 높여주는 스포츠
- 씩씩함이 자라나는 터전

사춘기, 길찾기의 어려움과 즐거움
- 남남으로 단절되어가는 세대
- 자폐적인 응집의 기제들
- 마을에서 자란다는 것
- 어른들 앞에 데뷔하는 아이들
- 아이들의 마음을 빚는 교사의 예지
감시와 평가가 아니라 애정과 갈채가 힘든 난관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50)
 

공부, 지성이 자라나는 뿌듯함
- 높은 점수, 낮은 자신감
- 물고기 잡는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데 한국 인재들의 국제경쟁력은 좀처럼 향상되지 않는다. 경쟁이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어떤 과제에 순전한 마음으로 몰입하지 않은 채 당장 눈앞에 닥친 점수 따기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평가가 교육의 목표가 되고, 학습의 내용이 출제 가능성에 종속된다. 여기에서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단기 승부를 위한 순간에너지다. (60) 
- 실물 감각을 키워라
"사실 직업특강이나 체험 같은 것이 처음에는 정보 같은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정보도 많이 주지만 그것 이상으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자세나 태도나 가치관을 배우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66)
- 확신이 없어도 괜찮아
"젊은이가 학교를 나와서 제몫을 하는 성인으로 자라나기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단 공부에서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서 호기심과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금 학교는 학생을 그와 정반대의 길로 이끌고 있다. 호기심을 죽이고 냉소와 무관심으로 몰고 간다. 자기가 하는 일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만은 절대로 갖지 말게 해야 한다.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추구할 만한 매력을 가진 목표와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실력이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어른이 된다는 것> 중에서" (67)

도구화된 공부는 열정을 수반하기 어렵다. 삶과 무관하게 보이는 지식을 강요받으면서 학업에 대한 냉소주의가 싹튼다. (68) 
- 평가와 경쟁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특정한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상대화할 수 있을까. 자기 삶의 절대 가치를 찾아야 한다. 외적인 성취로 모두 환원될 수 없는 내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보다 큰 나를 향해 나아가면서 스스로에게 대견스러워할 때 지성과 감성과 영성은 꽃을 피운다. 소통이 접속으로 대체되고 학습이 검색으로 착각되는 환경, 특권에 대한 강박이 교육열로 폭발하는 시대에, 배움의 본연을 회복하는 힘은 지성 그 자체의 희열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평가되는 것과 평가되지 못하는것, 드러난 실력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 타인과의 경쟁과 나 자신과의 싸움,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긍정과 끊임없이 깨부수어야 한다는 부정, 자부심과 겸허함, 확심과 의심, 경쟁과 협동... 이런 간극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나를 견지해야 한다.
공부는 세상의 발견이고 삶의 연습이다. ....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만들어간다고 느낄 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확신할 때, 인간은 성장한다. 앎에 대한 의지는 삶에 대한 경외감에서 솟아오른다. (73) 

이십대, 동지를 만나고 일거리를 만들고
- 청년은 잉여인간인가
- 백수의 일상은 난감하다
-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 이런 역할은 어떨까
찾아내야 한다. 분명히 있다. 진지한 사고와 의미 있는 활동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의외로 많다. 다만 기성세대와 사회 체제가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품어주지 않기에 들러리 노릇밖에 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것이 싫어서 하염없이 토플과 고시에 매달릴 뿐이다. (89)
- 삶의 고비용구조를 조정해야
"어차피 우리한테 물려지는 자본은, 사실 거의 남은 게 없다고 봐야 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쓰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그런 창조성이나 상상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 김현진" (90)

지금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편안하게 머물면서도 자기를 꾸준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다. 어수룩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으면서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을 탐사할 수 있도록 자극과 격려를 주고받는 공동체다. (92) 
- 암중모색에 갈채와 지원을
상품시장에서는 글로벌한 소비에 대한 환상을, 노동시장에서는 글로벌한 경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20대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93)

삼십대, 생애의 속살을 엿보다
- 청춘은 덧없이 지나갔는데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이 어울리고 실감도 나기 시작하는 연령, 그러나 그에 걸맞은 연륜이나 인격을 갖추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삼십대다. (101)
- 삶의 모습이 천차만별로 분화되는 때
그런데 젊은이에서 기성세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 동안 중대한 변화들이 일어난다. 그 기간에 형성된 사회적 진로와 삶의 방식 등은 이후의 생애에 결정적인 벡터(vector)가 된다. (103)
- 어른을 키우는 사회
- 지위나 성취로 환원되지 않은 '나'의 정체
그렇지 않아도 부대끼는 경쟁사회에서 번민을 가중시키는 것은 그러한 외형적인 요소들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동일시하는 생각이다. 자신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기능을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게 될 때 순수한 존재는 가려져 버린다.  
지위나 연봉이나 성취로 환원되지 않는 '나', 그 자체를 만나야 한다. 흑백론이나 이분법은 금물이다. 사회적인 입지를 마련하는 일에 소홀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능력을 키우고 발휘하며 적절한 직함도 확보해야 하고 정당한 인정과 대가를 받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러나 그 결과가 자기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속물적인 기준으로 세워진 직업의 위계서열에 복종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도달하고자 하는 인생의 급수를 정하고 매진해야 한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존재의 비밀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또 다른 가능성들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정신의 스태미나가 필요하다. 그것이 충분하지 않을 때 삼십대의 생애는 취약한 기초 위에 흔들리기 쉽다. 알량한 획득과 성과에 안주하면서 우쭐대거나, 상대적으로 뒤늦은 진출이나 일시적인 정체 또는 약간의 실패에 필요 이상의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110)
- 느림과 빠름의 역설을 위하여
삼십대는 선택과 도전과 책임의 연쇄고리를 발견하면서 숨을 고르는 시기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요지경을 구경하면서 생애의 속살을 엿보기 시작하는 때다. (113)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가겠다. - 피에르 쌍소" (113)



2장 남과 여

연애, 또 다른 행성으로의 모험
-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많은 젊은이들에게 연애가 초미의 관심사요 중대한 '사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연애를 못하면 무능한 듯 여겨지는 분위기다. 그 '능력'에 대한 강박이 만연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연애라는 '형식'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애와 사랑 사이의 등식이 깨졌다는 것이다. (118-9)
- 서로에게 절대자가 된다는 것
- 열망, 살아 있다는 증거
- 연애 감정의 모순들
- 완전한 합일을 위하여
- 자율과 성찰의 소우주
신화학자 캠벨에 따르면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생의 의미라기보다는, 살아 있음의 경험 그 자체라고 한다. 지금 우리의 불행은 바로 그러한 경험을 획득하지 못하는 '삶의 부재'인지 모른다. ..... 목숨이 붙어 있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지만 살아 있다는 확신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기만 할 뿐 그 흐름(flow)에 가슴으로 온전히 몰입하지 못한다. 불가해한 탐욕과 두려움에 끌려 다니면서 모든 '순간'에서 소외되어 버린다. (134)

싱글, 마음과 대화하는 자유 시간
- 노처녀에서 골드미스로?
- 독신이 늘어나는 까닭
- 한비야와 <섹스 앤 더 시티>, 그리고...
- 싱글들을 여전히 힘들게 하는 것
-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만혼과 독신이 늘어나면서 한 가지 좋은 것은 비슷한 처지에서 살아가는 이들끼리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같은 공간에 살지는 않지만 함께 식사를 하고 여가를 즐기고, 또 필요할 때 서로의 삶을 돌봐주며 사는 관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화 <싱글스>처럼, 이제 독신들은 더 이상 '혼자'로만 남아 있지 않으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독신자들을 뭔가 결핍된 존재로 보고 더 나아가 때로 불온시하기도 하지만, 주류에서 소외된 소수자들이 서로 보듬어주면서 사회의 압박을 여과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152)
- 삶의 다양한 존재 가능성

결혼식, 경건한 어울림의 예악
- 사회 재생산의 핵심 기제
- 유일한 사회적 의례?
통과의례의 기능은 무엇인가. 시간의 마디를 그음으로써 그 전과 후를 구별하면서 인간의 사회적 위치나 관계가 달라졌음을 공표하는 것이다. 당사자는 자신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면서 장차 기대되는 역할과 행동을 준수할 것을 다짐한다. 더불어 의례에 참여한 사람들을 그 중요한 순간에 몸으로 함께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들의 유대를 확인하고 강화한다. (162)
- 결혼산업과 위세경쟁
- 예의 없는 의례
- 축하는 쉬워도 축복은 어렵다
- 인간의 긍지 빚어내는 생의 향연
의례는 삶의 질서를 드러내는 사회적 행위다.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상징과 세계관을 확인하면서 결속을 다지는 문화적 장치다. 고단한 세상이지만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는 믿음, 일상을 올곧게 가다듬는 비일상적 계기가 거기에서 생겨난다. 의례는 엄숙하면서도 흥겨운 만남이다. 그것은 인간관계에 예와 악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원리가 공존해야 한다는 <예기>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예'는 차이, 분별, 질서, 형식, 규율, 긴장이 지배하는 원리고, '악'은 통합, 융화, 해소, 자유, 이완의 원리다. (173-4)

풍요로움이 없으면 예를 올릴 수 없다. 축제는 잉여의 발산이다. 그 낭비는 아름다운 호혜로 이어질 수도 있고 천박한 과시로 끝날 수도 있다. (174)



부부, 사소한 것들의 중요함을 배운다
- 그이의 본색이 드러날 때
- 부부는 친밀한 적대관계?
- 표현과 공감의 생태학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여겨져 타인에 대한 긴장이 쉽게 느슨해진다. 그래서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라면 앞뒤를 따져가면서 삼갈 말들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다. ...... 가학과 피학이 실타래처럼 꼬이면서 대물림되는 복잡다기한 가족사가 끈질기게 지속되는 것이다. (185)
- 듣고 말하고 드러내자
- 군자의 길로 정진하는 수행의 동반자

외도, 바깥의 길은 어디로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 짜릿함
- 비밀을 공유하기에 돈독해지는 유대감
-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
- 모순과 자기 분열의 굴레
- 욕망과 감정의 모호한 신호
- 바깥의 길은 다시 안으로



3장 양육과 노화

어머니, 자궁의 힘은 무엇인가
- 숭고함과 물신숭배 사이에서
- 인간의 성장과 모성의 역할
- 아들과의 관계, 그 애증
- 모권과 자궁가족
- 강박과 무기력의 악순환
- 체험적 모성과 돌봄사회

아버지, 그 침묵이 말하는 것
- 아버지됨의 어려움
- 집 안에 자리가 없는 가장
- 조폭에게도 애틋한 가족애가 있나니
-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도
- 아버지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 세대 간 소통은 삶의 만남에서
- 함께 있다는 것의 소중함

중년 여성, 갱년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왈순 아지매에서 몸짱 아줌마로
- 초경에서 폐경까지
- 아줌마는 힘이 세다. 하지만...
- 수다, 경험이 이야기될 때
- 갱년기는 인생의 갱신기

중년 남성, 이모작의 갈림길에서
- 안개 속에 사라지는 이정표
- 신사를 찾습니다
- 감정이 늙기 시작하면?
- 수정하고 결단해야 할 때
- 즐거운 인생은 어디에

노년, 무를 향한 정진
- 사회의 짐이 되어버린 노인들
나이 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 큰 덩치로 분식점 메뉴표를 가리고서 /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 흘기며 숟갈싸움하던 /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 몸에 한 세상 떠 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 이 세상에 혼자 밥 먹는 자들 /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황지우, <거룩한 식사> (291) 
- 늙음을 바라보는 시선
-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도전과 개척으로 잘 여물어가자
- 초라한 퇴장? 우아한 격상!
고령화사회는 당연시되는 관행들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승객들을 짐짝처럼 취급하면서 급정거와 급출발을 반복하는 버스, 파란 불로 바뀌자마자 걷기 시작해도 빠른 걸음이 아니면 다 건너기 전에 빨간 불로 바뀌는 신호등,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는 너무 울퉁불퉁해 불편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보도블록... 이런 환경엗 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잇는 근거를 고령화사회는 자연스럽게 제출하고 있다. 거기에 돌봄사회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도시는 모든 사람에게 편리하다. 그리고 그런 공간은 낯선 사람들에게도 친절하다. 그래서 관광 친화적이다. (304) 
- 죽음이 말을 걸어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