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us Anxiety [불안]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아마 이게 네번째다. [행복의 건축] [여행의 기술] [동물원에 가기] 그리고 [불안]
행복의 건축과 여행의 기술을 읽으면서는, 아 참 신기한 글쓰기로군. 하는 생각. 행복의 건축은 조금 지루했던 기억이 가물가물.
동물원에 가기는 가볍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불안,은.. 연신 감탄하며 읽었다. yes24에 올라와 있는 책 소개를 빌자면..
지금까지 그가 출간했던 그 어떤 책보다 우아한 독창성이 넘친다는 찬사를 받은 이 책, 『불안』에서 그는 신약 성서에서부터 20세기의 초현실주의 그룹과 미래주의자들의 당돌한 작품까지 2000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해박한 지식과 절정에 달한 위트, 도발적인 해석들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원인과 해법.
책을 열면 먼저 '지위'를 정의하고 '지위로 인한 불안'에 대해 기술한 후 지위와 불안에 관한 명제를 나열한다. 그러면 이미 이 책을 읽고픈 마음이 활짝 열린다.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날, 엄마와 사소한 문제로 다퉜는데, 엄마가 나의 지위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바가 나의 기대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에 내 감정이 상한 것이 발단이었다. 뭐, 그 다음날 아침에 말씀을 보면서 위로를 얻었고, 내 지위의 근거는 하나님뿐이심을 기억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는 있었지만, 그 날 오후 펼쳐든 이 책에서 '지위'와 '불안'에 대한 인류 역사상 끊임 없는 고투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원인으로는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등이 나열된다. 모두 타당하고 지금까지 영향을 고루 미치고 있으며, 서로 상당히 얽혀 있는 요소들이다.
해법에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가 소개된다. 보통이 해법으로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지위에 대한 불안'을 넘어서고 해결해보고자 시도되었던 여러 수단이 어떤 논리로 어떻게 작용했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기술하는 것이다.
기독교 부분에 이르면 철학, 예술, 정치 영역에서의 시도들이 좌절 혹은 한계에 부딪히며 지루한 싸움을 이어오는 가운데, 기독교가 제시하는 해법은 매우 타당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과 답을 주었음을 보게 된다. 나의 기독교 편향(이렇게 말할 수도 있나?) 때문인지는 모르나 뒤에 '보헤미아'가 있음에도 기독교가 올바른 대답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보통이 기독교를 모범답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를 왜곡되게 혹은 미성숙한 이해도를 가지고 설명하지 않는다.
내가 이 책을 추천했더니 한 친구는 "그는 너무 잘난 체를 하는 것 같아서 별로"라는 반응을 보였다. ㅋㅋ 소설책에서도 뜬금없이 경제나 정치나 철학 이야기를 끌어온다는 것이다.
맞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이 인간은... 도대체.. 보통이 아닌데.."하는 감탄이 종종 나왔으니.
그렇지만 뭐, 그런 잘난 분이 계셔서 서슴없는 통찰을 질러주시니 좋지 아니한가.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