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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맘마미아.

읽점 2008. 9. 16. 17:54
추석연휴 마지막날 이벤트로 맘마미아를 봤다.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물끄러미 보면서.
어쩌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정성들여 키우는 것이면 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름지기 자식은 셋 이상 되어야 한다고, 그래야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하면서 잘 자란다고 생각했는데
자식이 셋 이상 되면, 어떻게 그 아이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싶어졌다.
사실 뭐, 그건 자녀의 수와 무관하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막연하다.
실제 부모가 되면 나는 아마 매우 귀찮아하고, 얼마 못가 싫증을 내고, 그 영원한 듯한 굴레에서 엄청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을까.
자신이 없어진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딸이 결혼을 할 때쯤에 매우 오묘해진다. 엄마는 딸의 결혼식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이것저것을 직접 챙기려 들고, 딸은 그런 엄마를 밀어내려고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면서 엄마에게서 여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과거를 발견하고, 상처를 발견한다. 엄마는 그 과정에서 딸을 성인으로 재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동등한 친구관계를 맺는 경우가 흔치 않은 듯하다.
엄마 혹은 아버지는 딸 혹은 아들에게 언제나 윗사람, 강자의 자리에 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 부모세대는 이전의 권위와 힘을 잃어버리고 약자가 되지만, 자녀세대 앞에서 그것을 인정하는 경우란 잘 없으며 여전히 그렇게 대우받기를 원한다.
성숙한 자녀는 그런 부모를 그대로 인정하고 대우해주려 하는 것 같다.
허물없이 친구사이가 될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사이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건 영화속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