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교회를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읽점 2009. 9. 7. 18:58
김 목사님이 교회를 옮기셨다.

빚이 잔뜩 있고 성도는 겨우 세 명뿐인 교회, 하나님의 교회가 문닫는 것을 가만 두고 볼 수 없다며,

1년 전 비슷한 지경이었던 교회가 겨우 자리를 잡으려는 시점에 이 교회를 떠나 다시 맨땅으로, 아니 땅속으로 덜컥 옮기셨다.


소식을 듣고,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교회가 얼마나 많으며, 문닫는 교회는 또 얼마나 많은데, 빚을 떠안으러 간다는 것인가, 원로목사님과 장로님 가족이 전부라는 교회를 왜 굳이 살리겠다는 것인가...




주일 오후, 새로 옮기신 교회에 갔다.

작지만 교회는 깨끗하고 피아노와 강대상과 드럼, 빔프로젝터, 스크린.. 기본 셋팅은 다 되어 있었다.

작은 교회들도 이렇게 다들 갖춰놓고 있으니, 참 신기하다. 

빈 공간만 떨렁 남았을 줄 알았는데.

왜들, 그렇게 교회당에 목숨을 걸까.

왜 그렇게들 교회당을 세울까. 참 쉽게들 시작한다. 참 잘도 갖춰놓았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간 사람들과 기도하는 시간.

쓰나미처럼 무너지는 한국교회의 영적 현실 가운데,

쓰러지기 직전의 교회 하나, 문 닫기 직전의 교회 하나를 붙들고 매달리는 이 한 사람.

태풍이 지나고 나서 쓰러진 벼를 하나하나 일으켜 세우듯,

사막화가 진행되는 한 켠에서 말 없이 나무를 심는 사람처럼,

어떤 전략이나 진단이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을 하는 말잘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과는 멀리 떨어진 구석에서

그냥 꿋꿋이 전통적이고 가장 일반적인 교회 사역을 우직하게 해나가는 이 한 사람.

농부의 마음처럼, 땅주인의 마음처럼, 하나님의 마음처럼

깊은 슬픔과 애통으로 하나의 현실을 붙드는 이 사람.

김 목사님의 이 결정을 주님은 결코 나무라시지 않으시리라.

주님은 그를 깊이 사랑하시리라.



나는 얼굴을 가리고 입을 다물고 조용히, 낮은 마음으로

그 작은 교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