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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식 말하기

읽점 2008. 2. 21. 11:28

[이산]을 보면서 제일 우스운 것은, "전하...." "저하...." 라는 말이다.

저 말은, "감사합니다"도 되고 "죄송합니다"도 된다. "무슨 그런 말씀을요" "당치 않습니다" "아 정말 감동적이네요" "네 알겠습니다"도 된다. ㅋㅋ
처음에 몇 번은 "저하..." 한 다음에 무슨 말이 더 나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ㅋㅋ 그런 후에 보니 그 말의 용도가 "거시기"만큼이나 자유롭더라.


또 한편으론, 우리말에서 '너' '당신'이라는 호칭이 얼마나 안 쓰이는지도 보인다.
이름을 부르는 것도 흔치 않다. 송연이나 대수처럼 평민들은 이름을 부르지만
세손저하를 '산아'라고 부르는 경우는 매우 인격적 친밀함을 드러낼 때뿐이다.
어마마마조차 "세손, 이제 세손이라고 부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군요"라며 존대한다.
승차를 하거나 반대로 내쳐지거나 해서 신분이 바뀌면 다른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도 "영감"이나 "나으리" 등으로 바뀐다. 주변 사람들은 알아서 곧장 바꿔부른다.
송연이가 승은을 입은 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돌자 도화서 사람들은 곧바로 그를 "마마" 대우할 준비가 완전히 되어 있다.
계급사회라 그런가. 그 계급도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는 것인데 익숙하게도 모드변환이 잘 되는 것이 나는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는 "언니" "오빠"에서 "간사님"이나 "목사님"으로 바뀌는 것도 어색해서 시간이 걸리는데
옛날의 그들은 그게 당연한가 보다.


우리 사무실에도 새로 간사를 뽑았는데 3개월은 수습이라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몇몇 사람이 곧 그만두기도 해서
이번에 들어온 이 사람이 과연 간사가 될 것인지 불분명한 상태.
우리는 그를 "**자매"라고 부르다가 은근슬쩍 "**간사"라고도 불렀다가
지금은 말을 놓고 친하게 지내기로 하고 "**야"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역시 어렵다. 잘 안 놔진다.


누군가 나에게 감동적인 말을 하거나 해서 "목사님..." "간사님..." "**야..." 를 써먹어보고 싶다. ㅋㅋㅋ
"왜?" "말해." 그러겠지? ㅋㄷ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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