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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사랑

읽점 2009. 1. 13. 12:32


2008. 9. 21

주일 아침인데, 꿈을 꾸다 일어났다.

어딘가 강원도 분위기의 콘도로 간사수양회 혹은 리트릿을 간 모양이다. 한낮이거나 이른 오후쯤인데 내가 있는 방에는 출판부 총무 간사님이 계셨다. 누군가, 영주나 수진이, 혹은 생뚱맞게도 심가영 간사 같은 이미지의 여간사가 뛰어 들어왔다. “누가 저기서 뛰어내리려고 해!” 그 콘도에는 (어처구니없지만) 무슨 사탄의 축제 같은 것을 하고 있었는데 그 무리의 한 명이 우리 창밖으로 보이는 한 곳에서 뛰어 내리면 죽어서 지옥에 갈 수 있다는 풍문을 믿고 뛰어내리려 하는 것이었다. (쓰면 쓸수록 민망해지는군. 뭐, 꿈이니까.) 그 말을 듣고 달려가서 함께 내다보는 순간, 해괴한 의상의 한 남자가 무섭게 소리를 지르며 전봇대 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 으아악. 여간사는 이 놀라운 소식을 전하려 사라졌고, 나도 놀라서 창가를 벗어났다. 잠시 후 다시 창밖을 내다봤더니, 글쎄 이 사람이 안 죽은 것이다. 힘들게 몸을 일으켜서는 다시 전봇대를 기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안 죽었어요! 다시 올라갈려고 해요!” 난 당황스러웠다. 내 보고를 들은 총무 간사님은 창밖으로 몸을 내밀면서 큰 소리로 “여기요!”라고 그를 불렀다. “아, 간사님 안돼요, 그러지 마세요” “왜?” “그냥 119에 신고하면 안 될까요?” “아냐, 이렇게 해야 돼”

간사님은 그에게 진정하고 내려오라고 그러면 안 된다고 소리를 질렀고, 그 남자는 무섭게 포효하며 우리를 잡으러 오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난 겁을 집어먹었고, 총무님도 당황하셨다. 복도로 나가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이제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아까 그 여간사는 동분서주, 소식을 나르고 있었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해괴한 복장의 남자가 쿵쾅대며 건물 1층에 들어섰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특수장비와 의상 따위를 걸머지고 한 남자가 온다. 방송국 PD인데 이 축제를 취재하러 왔다나. 그래서 우리는 함께 대처할 준비를 한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처구니 없는 꿈이었지만, 이렇게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을 본 나의 반응과 총무 간사님의 반응이 확연히 대조되면서, 무엇이 옳은 반응일까를 생각하게 됐다.

119에 신고하겠다는 내 반응은 확실히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각, 두려움에서 나왔다. 하지만 직접 그에게 말을 걸자, 아니나 다를까 그를 자극해서 쫓아오게 만들지 않았는가?

씻으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며칠 전에 본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숲속에서 전쟁고아들을 돌보며 상처를 치유해주는 그 사람. 이름도 생각 안 나지만. 그는 소년병사들도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라며 사랑의 눈으로 말을 건넨다. 반군도 마을을 지키는 자치군도 그에게는 사랑의 대상이고, 그래서 그는 안전하게 자신의 사역을 할 수 있다. 그런 그를 의지해서 이동하던 주인공 일행은 소년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다리에 당도하는데, 역시나 아무 두려움 없이 소년병사에게 말을 걸던 그는, 두려움에 노예가 된 소년병사의 총에 맞아 결국은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그의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은 세상을 대하는 다른 관점을 배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의 두려움 없는 사랑은 그의 죽음으로 끝났을 뿐이지만, 그 사랑은 소년병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될 만큼 강력했고, 왜곡된 시선에 변화를 일으킬 만큼 진실했다.

내 꿈 속 상황에 예수님이 계셨다면 예수님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두려움 없이 그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걸고, 화가 나서 달려오는 그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그에게 귀를 기울이고, 사랑으로 그의 분노를 무력화하셨을까. 결과적으로 그가 굴복했을지는 모르겠다. 그건 그의 선택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액션이 무엇이었을지는 분명하다.

블러드다이아몬드의 그 남자는 소년병사들과 반군과 정부군을 모두 ‘사람’으로 본다. 우리는 그저 사람이다. 두려움 없이 사랑하기, 인간에게 쫄지 않기. 우리는 모두 인간일 뿐이다. 결과야 어떻든, 내가 두려워할 대상은 하나님이지 인간이 아니다.

내게 뭐, 얼마나 큰 위협이 닥친다고 그걸 무서워 몸을 사린다는 것인가.

두려움 없는 사랑.





2008. 9. 23미뤄놓은 글쓰기를 시도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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