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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결혼식장에 갔다가 후배를 만났다. 아주 오랜만에 얼굴을 본 그 친구는, 내가 대학교 4학년 때 입학했는데, 그 시절 내가 그를 많이 혼냈다면서 면박을 줬다.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 무서울 것이 없다나.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내가 그 친구를 무척 잘 보살펴줬다는! ㅋㅋ 따로 만나 얘기도 들어주고 최대한 조언도 해주고 말이지.. 그래도 어쨌거나 이렇게 나이가 들어 다시 만나니, 그 시절 내가 얼마나 영양가 있는 조언들을 해줬을지 살짝 민망해진다.
이 사건을 곱씹다가, 대학교 1,2학년 때쯤,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랍시고 중학교 1,2학년밖에 안 된 아이들을 잡았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 기억은 내가 약간 정신을 차리고 난 후부터 늘, 떠올릴 때마다 부끄러웠는데.. 뭣도 모르는 주제에 모호한 열심만으로 아무 생각 없는 아이들을 내 아무것도 아닌 '권위'를 내세워 닦아세운 기억. 그때는 주를 위한 열심이라고 생각해서 그들을 윽박질렀는데 말이다. 이제는 역시 다 커버린 그 학생들을 다시 간혹 마주칠 때면 그 이야기를 꺼낼까봐 불안하다. 그때의 잘못 때문에 미안하고, 제대로 사과도 못한 채로 서로 잘 안보는 사이가 되어버려서 더 미안하다.
내 인생의 암흑기라 부르는 고등학교 시절. 나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내 어리석은 시절. 그 시절 나와 함께 어리석었던 친구들은, 미니홈피를 타고 가 살짝 엿보니, 잘 살고 있는 듯하다. 나도 지금은 그때와 다른 인간이 되어 잘 살고 있지만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나 지금의 내 삶을 비웃듯 바라보지나 않을까, 우리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허물을 덮어줄 수 있을까 두렵다.
요즘 뉴스나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의 엽기스러운 범죄행각이 종종 나온다. 그들은 뻔뻔하고 잔인하고 무감각하다. 피해자도 어리고 가해자도 어리다. 그런 이야기를 볼 때면,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목숨도 생각보다 질긴데, 저 아이들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싶어 안타깝다.
<보이A>는 그 한 예를 보여준다. 10살무렵 여차저차해서 살인을 저지른 소년 에릭은 14년을 복역한 후,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 삶을 살기 위해 청년 잭이 되어 나타난다. 그는 모든 게 조심스럽고 불안하지만 조금씩 정상적인 삶에 적응해간다. 그러다 과거 그의 범죄가 드러나자 가까스로 연착륙한 일상은 가차없이 파괴되고 만다.
인간은 그렇게, 어렵다. 연약하고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인생은 그렇게, 길고 지루하고 더디고 견뎌야 하고..
너그러움이 필요하고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어리석었던 시절을 지나 견고히 설 수 있도록.
이 사건을 곱씹다가, 대학교 1,2학년 때쯤,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랍시고 중학교 1,2학년밖에 안 된 아이들을 잡았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 기억은 내가 약간 정신을 차리고 난 후부터 늘, 떠올릴 때마다 부끄러웠는데.. 뭣도 모르는 주제에 모호한 열심만으로 아무 생각 없는 아이들을 내 아무것도 아닌 '권위'를 내세워 닦아세운 기억. 그때는 주를 위한 열심이라고 생각해서 그들을 윽박질렀는데 말이다. 이제는 역시 다 커버린 그 학생들을 다시 간혹 마주칠 때면 그 이야기를 꺼낼까봐 불안하다. 그때의 잘못 때문에 미안하고, 제대로 사과도 못한 채로 서로 잘 안보는 사이가 되어버려서 더 미안하다.
내 인생의 암흑기라 부르는 고등학교 시절. 나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내 어리석은 시절. 그 시절 나와 함께 어리석었던 친구들은, 미니홈피를 타고 가 살짝 엿보니, 잘 살고 있는 듯하다. 나도 지금은 그때와 다른 인간이 되어 잘 살고 있지만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나 지금의 내 삶을 비웃듯 바라보지나 않을까, 우리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허물을 덮어줄 수 있을까 두렵다.
요즘 뉴스나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의 엽기스러운 범죄행각이 종종 나온다. 그들은 뻔뻔하고 잔인하고 무감각하다. 피해자도 어리고 가해자도 어리다. 그런 이야기를 볼 때면,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목숨도 생각보다 질긴데, 저 아이들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싶어 안타깝다.
<보이A>는 그 한 예를 보여준다. 10살무렵 여차저차해서 살인을 저지른 소년 에릭은 14년을 복역한 후,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 삶을 살기 위해 청년 잭이 되어 나타난다. 그는 모든 게 조심스럽고 불안하지만 조금씩 정상적인 삶에 적응해간다. 그러다 과거 그의 범죄가 드러나자 가까스로 연착륙한 일상은 가차없이 파괴되고 만다.
인간은 그렇게, 어렵다. 연약하고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인생은 그렇게, 길고 지루하고 더디고 견뎌야 하고..
너그러움이 필요하고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어리석었던 시절을 지나 견고히 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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