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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첫 금식

읽점 2010. 2. 1. 20:53

2010년에는 매월 마지막날 하루씩 금식을 계획했다.

1월 31일. 나중에 머리 아파서 타이레놀을 먹느니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말겠다..는 심정으로 커피를 한 사발 마셨다.

언약가족 예배에 갔는데... 없었다. 광고를 못 들었나 보다. 이 뻘쭘함을 외면하기 위해.. 근처 커피집으로 가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셨다.

누가복음을 읽으며 11시까지 기다리기로.

뭐, 좋구나. 한 시간 20분 가량을 읽었는데도 10장 정도밖에 못 읽었다. 아쉽.


11시 예배를 드리고.. 점심과 저녁을 밖에서, 친구들이 먹는 것을 구경하며 지냈다.

배도 많이 안 고프고, 식욕이 마구 당기지도 않았다. 다행히.



2월 1일 아침. 눈을 떴다. 생각보다 많이 잤다. 몸을 일으키는데, 힘이 없다.

씻는 것도, 뭘 먹는 것도, 힘들다.

비쩍 마르고 기력이 없는 친구들은 매일이 이렇지 않을까? 아, 정말 힘든 일이겠다.

먹을 것이 없어 굶은 채로 길바닥에서 잠드는 노숙자분들은 어떻게 다음날 멀쩡히 일어나 활동할 수 있을까?

몸을 일으키고 팔을 들고 움직이는 것 자체로, 힘겹다.

(겨우 하루 굶어놓고.)



아침을 먹었다.

음...



평상시엔, 내 힘으로 사는 줄 알았다. 음식은 고픈 배를 달래고 지루한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던 거다. 음식은 또한 연료였던 거다. 힘을 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 위해, 음식을 공급해야 했던 거다.

내 육체는.. 음식이 공급되지 않으면 그냥 놓여 있는 살덩어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음식이 뱃속으로 내려가면서 쪼그라들어 말라붙었던 장을 헤집고 벌리며 나아가는지, 배가 아프다.

음식이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다 느껴질 지경이다.

몸을 다시 감각하는 시간. 못 견디게 오래 걸린다.


손발이 차다. 피가 손끝, 발끝까지 안 도나 보다.




하루를 굶음으로써 얻은 것이 많다.


내 몸을 감각했다.

내 힘이라는 것의 허상을 발견했다.

음식에게 겸손해졌다.

몸이 약한 자들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

영의 양식에 대해 묵상하게 된다.... 영혼도 이렇게 매일매일 먹어야 움직여나갈 수 있는 걸까?

영혼도 오래 굶었다가 갑자기 배부르게 먹으면 이렇게 아플까?

오히려 좋던데... 하긴 음식도 하루를 참고 나면 이것저것이 먹고 싶어지더라.

그러나 이렇게 힘들고 아프잖나.

영의 양식.. 어쨌거나.. 영혼의 활동을 위해 꾸준한 양식 섭취는 분명 필요하겠다.

참으로 그렇다.



2월 28일도 주일인데, 주님 앞에서 겸손해지는 또 하루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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