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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1 -공항 l

읽점 2010. 3. 18. 10:33
아마도, 올해의 첫 휴가다.

3월 11일. 새학기에 돌입하면서 필요한 여러 인쇄물들을 겨우 다 끝내놓고 발송까지 마치고 나서, 휴가를 하루 신청했다.

리프레쉬를 위한 이번 여행은, 언제나 매력적인 공간인.. 공항이다.

인천 국제 여객 터미널.

오늘 하루 읽을 책은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히드로 다이어리], 앤 라모트의 [플랜 B],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고종석의 [고종석의 여자들]을 읽을 참이다.

8시 50분. 집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천천히 여의도까지 오는 40여분 동안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연락할 것들을 했다. 그야말로 여행을 떠나기 위한 준비다. 여의도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고 (승강장 내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가!) 김포공항행 급행열차를 타면서 책을 펼쳤다. 알랭 드 보통 역시, 공항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그가 기대하고 관찰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은 내게 아주 잘 받아들여진다.
 
김포공항 역 도착. 인천공항철도로 갈아타기는 아주 쉽다. 에스컬레이터 한 번을 타고 올라오면 바로 오른편에 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안 그럴 때도 물론 있을 것이다.) 왼편에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9호선 열차가 있는 듯했다. 

인천공항철도에 타는 사람들이 모두 출국하거나 누군가를 맞으러 가거나 공항에 일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공항철도 노선 위에 있는 검암, 계양 등에 사는 주민들도, 인천지하철을 갈아타려는 주민들도 타고 내린다. 두 할아버지는 열차에서 우연히 만나 근황을 나눈다. 오늘 저녁에 노인정에 갈 생각인지, 얼마전 있었던 동네 잔치에는 다녀왔는지 등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역에선가 함께 내리셨다.


드디어 도착.
편리해진 최첨단 시설들은 우아하기까지 하다. 드 보통이 예찬하듯 유리창이 많고 미끈한 프레임이 돔형 지붕을 지탱하고 있는 건물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짐이란 이렇게 지는 것'을 가르쳐주듯 태연하다.

터미널에 닿기 전, 공항철도에서 이어지는 첫 건물의 2층에는 꽤 큰 규모의 식물원이 있다. 온실을 연상시키는 건물 구조에 착안하여 비어 있는 공간을 그렇게 활용하기로 했나 보다. 비행기 시간에 쫓길 일이 없으므로, 들어가보기로 한다.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식물들이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살펴본다.

지난 번 지은 언니 결혼식 때문에 강릉에 갔을 때 본 오죽헌의 대나무를 떠올리며, 좁고 짧은 대나무 숲길의 가냘픈 대나무를 흔들어봤다. 댓잎 부딪히는 소리. ㅎㅎ 그 길 끝은 식물원 복도의 끝. 유리창 바깥에는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찬 차들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다. 긴 두 줄의 복도로 이루어진 식물원의 옆 복도로 이어지는 테라스가 있다.


복도 끝 마루바닥에 앉아 유리창 아래서 햇빛을 듬뿍 맞으며 책을 읽는다. 흠흠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한 가족이 지나갔다. 저 멀리서 또 한 무리가 웅성웅성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오면서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한 무리(스무 분쯤 될까?)가 가이드에게 공항에 대한 설명, 식물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공항 관광을 생각한 것이 나만은 아니구나! 돈을 들여 만들어놓으면 어디든 관광상품을 만들어내는 모양이다. (이 대목에서, 평화의 섬 제주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각종 관광용 시설들이 생각나 서글퍼진다.)

그래도, 주로는 텅 비어 있는 이 좋은 시설들을(출발하고 도착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객터미널에 비해 이곳은 단체관광객이 아니면 썰렁하기 그지없다!) 이렇듯 여유있게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식물원에는 엄마랑 같이 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언젠가 여행할 일이 있으면 아주 일찍 와서 천천히 공항 구경부터 해도 좋겠다는.


여행의 즐거움은 음식!
1. 무엇보다 커피가 일순위. 파리크라상 카페에서 미니그린(올리브와 앤초비, 치즈)과 가나슈 타르트, 리스트레또를 주문했다.
미니그린이 예상외로 아주 맛있다. 혹시 에그타르트가 있을까 싶어 다가갔는데 에그타르트는 없었다.

책을 마저 읽고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하고, 우선은 점심을 먹어야겠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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