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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 티비로 바뀌면서 채널이 뒤바뀌었다.
13번이던 ebs가 10-1번으로 되어서, 11-1번 mbc와 9-1번 kbs1 사이에 껴 버린 것이다. 덕분에 나는 더 간간이 ebs를 지나치게 되었다.
그렇게 채널을 돌리다가 처음 [지식채널e]를 보았을 때, 주제는 뭐였는지 생각 안 나지만, 무척 강렬했다. 그리고, 예고편인 줄 알았다. ㅎ
예고편이니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끝까지 다 보았다. 놀라웠다. 흠~
기억에 남는 방송은 지미 헨드릭스...
하지만 텔레비전 자체를 잘 안 보는 편이라 몇 편 보지 못했다. 무척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예스 24에 들어갔다가 "지식채널"을 엮은 책이 나온 것을 보고 곧바로 구매를 해버렸다.
하필 야근하는 주라 매일 한 파트씩 읽어나갔다. 그런데, 단숨에 읽지 않아서 다행이다.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책을 덮고 숨을 고르고, 때로는 조용히 기도를 드려야 했다.
예전에 "교양"이라는 두꺼운 책이 나와서 스스로 세련된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읽었었는데, 나도 한 번 읽어보려다가 앞부분의 성경 관련 내용이 너무 편협하고 기독교에 적대적이어서(ㅎㅎㅎ 그렇게 느껴졌다) 관뒀다. 어차피 그건 서양인들의 교양이고, '쿨하게' 반기독교적인 두꺼운 책을 읽느라 고생하고 싶을 만큼 글이 재미있지도 않았다.
Blood Phone, Blood Diamond. 가진 게 많아서 가난한 땅.
그런데, [지식 e ]를 읽으면서 이 책이야말로, 우리 시대 우리 사회가 읽어야 할 참 "교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양 있는 삶이란, 테레비에서 그리는 것처럼 깨끗하고 화려하고 우아한 겉모습이 아니다.
지금, 이곳에서 (here & now) 책임 있는 한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가지고 책임 있는 결정들을 내리면서 살아가는 삶. 그것이 교양 있는 삶이다.
[불편한 진실]을 보고, 이 책을 읽고,
육류 소비를 줄이기로 다시 한번 결심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그 필요성을 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커피를 줄이기로 했다. 생각없이 소비하는 게 너무 많다. 그동안 나는 별 생각 없이 하루 5~7잔의 커피(인스턴트 커피 믹스, 스타벅스 커피, 드립 원두커피,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은 아메리카노 등등)를 소비해왔다. 소비가 미덕인 미국식 가치관에 멍청하게 속아서 덩달아 소비를 하고 있었다. 억울해서라도 줄인다.
문제는, 그런 변화들이 다른 변화와 다른 피해자를 낳는다는 것이다. 나이키가 파키스탄 아동노동자들이 만들어낸 공을 사지 않으면 어린이를 시켜서라도 돈을 벌어야 먹고 사는 파키스탄의 가정들은 어떻게 하는가. 육류 소비가 줄어서 쓸모없어진 중앙아메리카의 목초지는 다시 열대우림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농장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어렵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에 그런 정보들을 적용시켜야 한다.
반 고흐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삶과 고민을 들여다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놀라운 반전, <의사 가셰의 초상>을 손에 넣은 갑부는, 죽으면서 이 그림을 같이 화장해달라고 했고, 그래서 이 명화가 영원히 사라졌다는.
예수의 가난한 삶에 매료되어 그를 닮고자 노력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가난한 사람들을 그렸던 반 고흐의 그림을, 그 갑부가 과연 이해했을까?
지식 e의 매력 하나 더. 여기에 나와 있는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더 공부해야 한다. 여기서 읽고, 눈을 떴다면 더 찾아서 배우게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시대의 우리가 알아야 할 '교양'의 주제들을 일깨워서,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갖게 만든다는 것.
이것이 정말 '문서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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