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주절거리는

커밍아웃.

읽점 2009. 10. 14. 18:43
2009년 10월 8일. 사회적 글쓰기 1강.

사회적 글쓰기란? 사적 글쓰기와 공적 글쓰기의 사이. 개인적으로 쓰지만 사회적으로 읽히는 경우.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글을 고치는 사람이었고 사적 글쓰기를 가끔, 개인적 감정을 풀기 위해 개인적 공간에 개인적으로 쓰곤 했다. 그건 일기 쓰기에 가깝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 우연히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다 공적 글쓰기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여전히 타이틀은 '편집자'지만, 나름 잡지의 편집권을 가지고 있고, 내 목소리를 낼 공간을 가지게 되었으니 일기 쓰듯 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공적 글쓰기, 혹은 사회적 글쓰기는 글의 내용에 대해 책임을 요구한다. 사적 글쓰기가 내 감정을 여과없이 담아내고 내 편견을 고스란히 적용해도 별 무리가 없는 글쓰기인 데 비해, 공적 글쓰기 내지는 사회적 글쓰기에서는 불확실한 사실을 확증된 사실인 양 몰아붙이거나 내 마음대로 논리를 뛰어넘거나 할 수가 없다. .. 독자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단어를 제대로 선택했는지 사전을 찾아보고, 어림짐작으로 사용하던 단어나 개념의 정확한 정의를 확인해야 한다. 보도된 사실과 일치하는지도 봐야 한다. (인터넷이 없었을 때는 공적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꼬!)

독자를 고려한다는 것은.. 그만큼 타인의 시선에 갇힌다는 의미기도 하다.
내가 정의(definition)와 사실(fact)을 확인하고, 좀더 균형잡히고 수긍할 만하며 온건한(다른 말로는 '안전한'이 되겠지) 메시지를 담으려고 애쓰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수룩하고 개념이 모자라며 시각이 치우친 비논리적인 사람으로 보이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상대를 탐색하느라 말을 아끼는 편인 나는, 불특정다수를 독자로 상정하고 글을 쓰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 상대를 가늠해야 내 속내를 얼마나 털어놓아도 좋을지 수위를 정하는데, 그것이 도통 보이지 않으니 여러 가능성을 다 고려하고 가지 치기를 하는 등 조심 또 조심 글단속을 하는 것이다.
이런 글쓰기라면, 너무 안전하고 상식적인 말만 조금씩 하는 사람이 심심하고 지루하듯, 하나마나한 소리를 해대는 교과서 같은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 그래서 양희송 기획자는 "글을 쓰지 않을 자유도 있다"고 한 것이리라.

이 지점에서 나의 공적 글쓰기와 사회적 글쓰기는 나뉘는 듯하다. 내가 [운동장]에 쓰는 글은, 공적 글쓰기다. 대충의 독자가 파악되고 매체의 성격이라는 경계가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특정 주제에 대해, 우리 독자에게 맞는 수위로, 우리 잡지의 톤을 살려, 같은 이야기라도 다시 쓰기가 가능하고 또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글쓰기는? 내겐 좀더 어렵다.

사회적 글쓰기는 내게, 나 자신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이다. 군중 속의 소시민으로 숨어 사적 글쓰기만으로 연명하지 말고, 특정 매체의 편집자라는 틀 안에서 그 틀이 요구하는 공적 글쓰기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아무런 방패 없이 과감히 나 자신으로 사회 속에 들어가 서는,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게.
나는 좀더 용기를 내기 위해 이 강좌를 듣게 되었나 보다.
용기가 필요한 시기다.
용기가 필요한 시대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